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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도 여행같을 순 없을까

일상도 여행같을 순 없을까

2023.1.15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 평소에 보고, 듣고, 먹고, 느끼기 어려웠던 것들을 만끽하기 위함이 아닐까요. 여행은 분명 우리에게 속박에서 벗어난 듯한 자유와 즐거움을 줍니다. 여기에 주목해 더 쉽고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가 Airbnb와 Triple이죠. 그러는 동안 우리의 일상은 그저 따분한 것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현실로 치부되는 이 일상은 우리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입니다. 여기에서 ‘일상도 여행같을 순 없을까’라는 의문이 떠오르는데요. 데이트립은 일상 속 떠나는 하루 여행이라는 슬로건 하에 우리 주변의 감각적인 공간들을 소개하면서 이 의문에 대한 영리한 해결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제가 데이트립에서 주목한 것은 바로 큐레이션입니다. 큐레이션이란 어떤 공간들을 특정 주제로 묶어 소개하는 게시물입니다. 이를테면 ‘추운 겨울 뜨끈한 국물이 생각날 때‘ 같은 주제로요.
큐레이션 리스트와 상세페이지
데이트립은 지난해 10월, 시리즈 A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앞으로 다양한 분야의 커뮤니티를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그 말을 입증하듯 큐레이션, 데이로그, 데이톡과 같은 커뮤니티 기능을 계속해서 선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큐레이션에서 파생된 불편함을 해결하는 것이 데이트립의 주요 과제 중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데이트립의 큐레이션을 사용하며 느낀 불편함과 그 개선 방안은 아래에서 자세히 기술하겠습니다.

큐레이션 작성의 불편함

대부분의 유저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과업을 기피합니다. 어떤 과업을 완수하게 하려면 그에 걸맞은 보상이 있어야 하죠. 네이버쇼핑에서 리뷰를 쓰면 포인트를 지급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요.
네이버쇼핑 리뷰 작성
데이트립의 큐레이션은 리뷰, 댓글 등에 비해 훨씬 많은 노력을 요구합니다. 그럼에도 주어지는 보상은 없죠. 유저 입장에서는 굳이 시간 들여 작성할 이유가 없는 셈입니다. 이는 얼핏 간단한 문제처럼 보입니다. 데이트립이 포인트 지급 방식이 불가능한 무료 서비스라는 점을 제외하면요. 새로운 BM을 만들 게 아니라면 제품 차원에서 유저에게 동기부여가 될 만한 지점을 만들어주거나 작성 방식이 매우 간단해져야 합니다. 전자는 다른 아티클( 공부가 게임보다 재미없는 이유)에서 다뤄봤으니, 이번에는 후자로 풀어보겠습니다.
새로운 장소 추가
큐레이션 작성의 가장 큰 걸림돌은 새로운 장소를 즉시 추가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해당 기능은 데이로그에서만 가능한데요, 데이로그와 큐레이션의 차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데이로그 하나의 공간을 방문한 기록 (인스타그램 게시물과 비슷한 형태)
큐레이션 데이로그로 등록된 공간 여러 개를 하나의 게시물로 묶은 형태
데이로그, 큐레이션 형태 비교
즉 큐레이션에 공간을 추가하기 위해서는 데이로그 작성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만약 이 선행 작업 없이 큐레이션을 작성하려는 유저가 있다면 아래 이미지처럼 막다른 길에 부딪히고 말 것입니다.
AS-IS : ‘라멘모토’ 공간이 데이로그로 등록되어 있지 않은 경우
그러나 페이지 이탈 후 데이로그를 작성하는 일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앞서 데이로그는 ‘하나의 공간을 방문한 기록’이라고 설명한 바 있는데요. 이는 10개의 장소가 있다면 10번의 데이로그 등록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이쯤 되면 보상 없이 큐레이션을 작성해줄 유저는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데이트립 내에 데이로그 또는 큐레이션에 대한 작성 가이드가 마련되어 있지 않으므로, 필히 큐레이션에서 새로운 장소를 추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TO-BE
‘검색 결과 없음’으로 끝나는 플로우를 공간 추가 모달로 연결시킨 모습입니다. 모달은 기존에 데이로그 작성용으로 사용되고 있던 것인데요. 이를 큐레이션으로 끌고 오면서 새로운 기능이나 UI 컴포넌트 추가 없이도 개선이 가능해졌습니다.

큐레이션 보기의 불편함

큐레이션을 통해 유저가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공간에 대한 정보입니다. 공간 사진, 영업 시간, 후기 등 다양한 정보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위치 정보가 가장 중요합니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공간을 무작정 관심 리스트에 저장해두는 사람은 많지 않겠죠. 그러나 큐레이션 상단에 고정된 지도 UI는 그 중요도를 인정받지 못한 모양새입니다. 우선 구글 맵 API를 택한 것부터 그렇습니다. 대다수의 한국인은 카카오맵이나 네이버 지도를 친숙하게 여기기 때문에 이들을 활용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유저를 학습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위 사항을 차치하더라도 큐레이션은 공간의 위치 정보를 알기에 매우 불편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 불편함은 아래에서 자세히 풀어보겠습니다.
도로명주소 및 복사 기능 추가
지도 UI를 클릭하면 등록된 공간들이 어디쯤에 위치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때 ‘어디쯤’이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도에 표시된 공간을 클릭해도 전체 주소(도로명주소 또는 지번주소)를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주소를 알고 싶은 유저는 앱을 이탈해 포털이나 타 지도 앱에 공간의 이름을 검색해보아야 합니다. 유저를 이탈하게 만드는 플로우보다 개선이 시급한 사항이 있을까요? 이 의문이 든 순간 저는 기능 추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AS-IS
도로명주소를 표시하고, 이를 복사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API 교체만으로 가능합니다. 그러나 API는 디자이너 자의로 바꿀 수 없는 영역이므로 구글 맵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가정 하에 개선해보겠습니다.
TO-BE
우선 덜 중요한 정보인 카테고리(전시)를 제거하고 주소 영역을 확보했습니다. 여기에 도로명주소와 복사 버튼을 추가했습니다. 버튼을 클릭하면 토스트 팝업으로 ‘클립보드에 복사되었다’는 알림을 주는 것으로 구상했습니다. 추가적으로 모달을 닫아주는 X 버튼을 삭제함으로써 중요 기능인 ‘저장(북마크 아이콘)’으로 가야 할 가시성을 빼앗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각 공간에 위치 정보 표시
애석하게도 위 개선안만으로 큐레이션 보기의 불편함이 해소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유저가 가야 할 방향에 개선된 지도 UI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AS-IS
큐레이션은 지도 아래에 각 공간들이 차례로 나열된 형태입니다. 즉 유저는 자연스럽게 아래로 스크롤하며 다수의 공간들을 탐색하게 됩니다. 그런데 지도는 큐레이션의 최상단에 고정되어 있고, 각 공간에 위치 정보가 제대로 기재되어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어떤 공간의 위치가 궁금한 경우 유저는 매번 최상단으로 올라가 정보 확인 후 다시 돌아오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TO-BE
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터치 영역을 분리했습니다. 기존에는 공간 아이템 전체가 상세페이지로 통하는 진입점이었는데요. 제목, 사진 등을 클릭하면 기존과 같은 상세페이지로, 위치 정보를 클릭하면 개선된 지도 UI로 떨어지도록 변경했습니다. 위치 정보는 도로명주소로 대체하고 화살표 아이콘을 추가해, 클릭 시 다른 페이지로 이어질 것이라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이로써 유저는 자유롭게 큐레이션을 스크롤하며 구경하다가 필요한 순간에 공간의 위치 정보를 확인, 복사, 저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치며

데이트립은 제가 개인적으로 애용하는 서비스입니다. 그런데 애용한다는 말이 무색하게도 지금껏 직접 데이로그나 큐레이션을 작성해볼 시도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 때문에 최근에서야 위와 같은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보자마자 ‘얼른 개선 테스트 해봐야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데이트립 내부에서 이와 비슷한, 어쩌면 이보다 훨씬 좋은 개선안을 테스트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무엇이 되었든 빨리 배포되어 저만의 멋진 컬렉션을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